2006년 05월 29일
파리 먹자 골목의 추억 / 파리 생 제르맹 데 프레_29


양다리 고기와 연어, 구색을 맞추는 오렌지와 토마토, 양파의 색 조화를 이룬 진열장을 보다가 갑자기 예전에 혼자 파리에 왔던 어느 날이 떠올랐다. 그 날 저녁도 나는 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영국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팀 사람들은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뒤였는데 나는 일정을 우겨서 내 돈으로 프랑스로 건너온 차였다. 늦겨울의 파리엔 혼자라도 다녀보겠다고 억지를 써서 돌아다니는 나의 하루 하루를 망치려는 심술인듯 궂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이 근처 대학가의 어느 까페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싸늘한 비를 맞으며 전철역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진열장을 한 음식점의 삐끼(?) 아저씨들이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꾸쓰꾸쓰!" "꾸쓰꾸쓰!" (꾸스꾸스는 이 골목에서 많이 파는 별미 메뉴 중의 하나로 북아프리카 음식중의 하나다)
궂은 비에 차가움을 느낀 나는 어깨를 움추리고 바삐 걸어가는데 앞에서 마주 보고 걸어오던 한 프랑스 남자가 빗물을 닦는 나에게 눈을 찡긋하며 지나간다, "날씨 참 좋네요!" 하면서. 글쎄, 내가 아무 반응없이 지나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나는 그만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자 지나가던 그 남자는 다시 돌아보면서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고 딱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그 남자와 맥주를 한 잔 했다. 혼자 다니는 여자 여행자를 어떻게 하려는 프로페셔널한 음흉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의심을 놓지 못한 채 뚜껑이 없는 생맥주같은 건 마실 생각도 안 했고 병맥주를 시키고도 한 병을 다 마시기 전엔 화장실에도 가지 못 했다. 웃으며 한 잔 하면서도 모든 신경이 날카롭게 살아 있었던 걱정쟁이 hertravel이었다. 게다가 나중에 계산까지 반반으로 하자고 우기는 날 보고는 그 남자는 "넌 아마 사회주의자인가 보다"라고 쿡 웃었다.
그 뒤의 얘기는 지금 쓰기는 너무 길어질 터이고 아무튼 나는 지금 진열장의 이 음식 재료들이 그 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같은 패턴으로 꽂혀서 진열된 것이 한편으로 우스웠다는 얘기다.



끄레뻬는 그저 프랑스의 햄인 '장봉'과 '에망딸' 치즈만 넣은 것만으로 충분히 맛있는 군것질거리인데 나는 '그냥 햄과 치즈가 아닌, 한국에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종류로 먹어보겠다'는 욕심이 나서 여기 애들이 좋다고 빵이고 어디에고 발라 먹는 누뗄라(발라 먹는 초콜릿)와 생크림을 섞어 바른 끄레뻬를 시켰다. (옆의 사진)원래는 여기에 바나나도 들어가야 진짜 파리 애들이 잘 시켜 먹는 크레뻬다.
악....
<세상에 이런>급의 달디 달고도 진한 맛은 나에게 완전 미식미식함을 제공하여 그 길로 가장 가까운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가 묵고 있는 민박집에 저녁 식사를 좀 남겨주실 것을 부탁하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그간 그 유명한 파리의 지하철을 너무나 충분히 자주 많이 탔음을 감안하여 또 한 번 시내 버스를 이용했다. 아까 출퇴근 시간에는 파리의 시내 버스도 문을 못 열 정도로 그 많은 인간들이 가득 가득 메워 타며 '이것이 진정한 생활 속의 파리'임을 보여주더니 이제 저녁 늦은 시간이 되자 시내 버스 안은 한적하기 그지 없다. 내 앞엔 방금 싸웠다 화해한 듯 보이는 커플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색한 듯 그러나 아주 길게 키스를 하고는 내렸다.

버스 사진 올리는 김에 파리의 지하철 사진 한 장을 추가한다. 뭐, 파리에서는 무임으로 지하철을 승차를 했네 안했네하는 쓰잘데 없는 배낭여행 무용담을 들을 일이 없다. 파리 지하철 공사(?)의 무임 승차 완전 차단 출입문 때문이다. 하지만 다녀보니 곳곳에 빈 틈은 많기만 하더군! 그냥 저냥 모른 채 환승하려다가 찜찜해서 고민했을 뿐 어디나 빈 틈은 있다. 다만 들켜서 창피할 짓은 안 하는 것이 좋겠지요... 안 들킬 자신이 있다면... 그건 서울이나 파리나 알아서 지나가실 일~

# by | 2006/05/29 17:38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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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락거리며 보는 재미, 고마워요.
우리나라에서는 무임승차하는 사람 시민 의식 없는 사람 선진국에선 안 그래 어쩌고 그래도, 어딜 가나 공짜로 붙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마련인가봐요(...)
sikh님> 그러게 말이죠.그래도 한 두개는 고장난 여유가 파리의 멋이었는데 갈수록 견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히카리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맛있는 곳인가봐요.
쾅쾅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