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느강의 중국인들을 보면서 / 파리_27

군것질하러 까르띠에 라땡으로 가는 길의 버스 정류장 풍경. 예전엔 이런 풍경에 '우리나라도 버스 정류장이 이렇게 생기면 안될까' 간절히 바랐었는데 언젠가부터 서울 시내의 버스 정류장은 이미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에선 사람들이 정류장 지붕이 아닌 그 근방에 서성이며 서 있다는 것이 다르다. 


루브르에서 까르띠에 라땡까지는 걸어 갈수도 있는 거리지만 바깥의 세느강 풍경을 보며 갈 수 있는 버스를 선택했다.

파리 지하철 1주일권인 오랑쥬 티켓을 사면 버스도 공짜로 탈 수 있다.

파리에서 버스를 타서 창문을 유심히 보면 그 중에 무슨 글씨가 적혀져 있는 창문이 있다. 깨지는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표시. 비상시에 깨고 나갈 수 있는 창문이라는 표시다.

버스를 탄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창문 밖으로 세느강이 보이고 그 위로 유람선이 지나간다.

에펠탑편에서도 적었던 것 같은데 이미 언제부터인가 파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예전엔 여행을 다니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곤 했는데 요즘은 생긴 유형에 따라(?!) 혹은 패션과 머리 염색 컬러에 따라 중국인으로도 오해를 많이 받는다. 그토록 일본이 싫다고 몸부림을 치는 한국인들이지만 의외로 외국에서 일본인으로 오해받으면 럭셔리하거나 세련돼 보여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라고 정정은 하지만 그렇게 기분 상한 듯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유럽의 어딜 다녀도 일본 사람이냐는 말을 하도 들어서 귀찮을 뿐이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이 한국인보고 중국인이냐고 물으면 상당히 민망하게 기분 나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인으로 오해받으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상당히 궁금하다.

예전에 인도에 갔을 때 어느 상점에선가 인도인 직원이 그러는 거다. 다짜고짜 일본어를 들이대는 직원에게 나도 모르게 피곤한 표정을 지었던 모양인데, 그 친구 말하기를,

'너희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정말 닮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한국인으로 오해받은 일본인들도 너무나 싫어하고, 일본인으로 오해받은 한국인들도 너무나 몸서리를 친다. 도대체 너네 한국과 일본 애들은 왜 그런거냐' 

... 그래서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나는 일본 식민지 시대 역사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말했다. 원래 가까운 나라가 친하기는 어렵다. 너희도 파키스탄이랑 사이가 나쁘지 않느냐. 파키스탄 이야기가 나오자 그 인도인 직원은 곧 수긍을 하는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미국인들은 캐나다인을 무시하고 캐나다인들은 미국인을 밥맛 없어 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뭔가 맞지 않아 보이고  터키와 그리스는 원수 관계다. 캄보디아는 태국의 호전성에 상처 입었고 태국은 역사적으로 캄보디아 땅은 탐내고 사람들은 무시했다. 가깝게 살면서 상처 없이 서로를 좋아하며 두 나라가 사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버스가 까르띠에 라땡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인형 가게가 있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프랑스 이야기인줄은 이제야 처음 알았다. 장화 신은 고양이 인형이 꽤 여럿 나와 있고 '프랑스 인형'이라는 뉘앙스에 딱 맞는 화사한 예쁜 인형이 나와 있다.

어릴적 '소공녀'를 읽으면서 꿈꾸었던 에밀리 인형이 바로 이 모습이었어...

하지만 정작 내가 관심을 갖는 인형 종류는 이 곳 프랑스 파리의 관광객 거리에 있지 않다. 독일권 국가라면 수도에 하나씩은 꼭 있는 장난감 박물관의 중세 시절 음산한 인형들이다. 그 아이들은 음산해도 보통 음산한 게 아니다. 니콜 키드만이 나온 'The Others'의 분위기.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면서도 이런 인형에 끌리는 이유는 도대체 뭔지. 나도 내 취향의 숨은 비밀, 원인을 모르겠다

노틀담 성당에서 남쪽으로 다리를 건너자마자 생 미셸 상 분수와 함께 동쪽으로 펼쳐지는 구역, 생 미셸과 생 자끄 사이의 그 구역이 바로 파리의 먹자 골목이다. 이미 저녁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비양...! 왜 여기서 이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방금전까지 루브르 박물관 요지의 길을 가로 막고 도도하게 서 있던 비너스양께서 목에 "프랑스 정식 한 끼니 2만원"을 메고 서 있다. 아, 이를 어째, 비양아 비양아...

이 골목은 근처에 대학이 있는 대학가답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자랑하고 관광객의 거리답게 항상 북적이고 있다. 비너스의 목에 메뉴판을 걸고 프랑스 정식을 파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있지만 그리스, 터키, 중국, 북 아프리카의 음식을 파는 외국 음식 전문점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리스 음식을 파는 어느 음식점 앞인데 문 앞에 접시를 잔뜩 깨뜨려 놨다.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한 장씩 깨뜨려서 액땜을 한다고 한다. 하얀 접시와 그리스 블루의 파란색이 여행자 hertravel의 눈을 잡아 끈다. 하지만 파리까지 와서 굳이 그리스 음식을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hertravel. 그런데 그것도 배고픔이 심해지자 굳이 안 먹을 이유도 없다는 쪽으로 오락가락 선회 중이다.

 

by hertravel | 2006/05/27 17:37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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