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대 좋은 비너스와의 인터뷰 / 파리 루브르_26

그 언젠가 TV를 켜면 화면 한 중앙에 나타나서 360도로 몸통을 돌려대던 바로 그 처자, 무슨 운명이기에 한국에 와서 속옷을 파느라 이름을 팔아야 했던 세계의 미녀, 밀로의 비너스. 사진 속의 그녀를 보며 도대체 그녀가 왜 세계적인 미녀의 대명사여야 하는지 따져보면 따져볼수록 참 아닌 얼굴이라 생각했었다. 루브르에서 그녀를 직접 만나 인터뷰 해 보았다.

: 일단 반갑습니다. 길을 딱 막고 서 계시네요.
: ...


(비너스 상은 삼거리 통로 정 중앙에 특별한 조명을 받으며 서 있다)

: 시골 밀로 섬 출신의 비양, 실제 본인이 세계적 미의 상징이 될 만 하다고 생각하나요?
: 출신은  따지지 말죠. 그리고 세계적 미인의 자격, 그건 일단 지금 제 자리부터가 다른 조각상들과는 달리 특별한 자리에 특별한 단상에 특별한 조명을 받고 서 있다는 거. 벌써 그 자체가 저의 가치를 이미 증명해 주고 있는 것 아닌가요?

: 하지만 당신 얼굴은 미녀가 아니라 남자처럼 생긴 것에 가까와 보이는데요.
: 주위를 좀 돌아 보세요. 일단 제 피부(돌)가 다른 조각상보다 더 매끄럽고 뽀얗다는 것은 인정하시죠? 제 크기의 조각상 중에 저처럼 뽀얗고 저만큼 온전한 애들 많지 않지요.

: 게다가 당신은 아무리 서구인이라고 해도 머리 비율에 비해 몸이 너무 커요. 머리도 양 어깨 중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쪽으로 치우치셨...
: 그러는 당신은 몸에 비해 머리가 너무 크군요.

: 헛. 결정적으로 전 오늘 당신의 팔 상박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오오오

: 그나마 그 팔 그 아래가 부러져 나갔으니 망정이지....!
: (고개를 떨구려고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 그 상박부 둘레에 그 각도로 아래에 팔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면... 아, 이제야 당신의 정체를 알겠습니다!
: ...

: 비너스가 아니라 처녀 장사였군요?
: ... 눈 좀 똑바로 뜨고 이 주위를 둘러 보시죠. 이 중에서 내가 제일 그래도 여자 같습니다. 저 쪽 구석에 있는 쟤 좀 한 번 보고 오라니까요. 걔 팔을 보고 날 보라구요.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왼쪽은 비양이 말 한 '저 쪽 구석에 있는 쟤')

확실히 구석의 언니는 정말 우람하셨다.

이 시대의 여인 조각들을 현대의 미의 기준으로 보면 가슴과 둔부같은 데가 둥그렇다는 점에서만 여성적으로 보이다. 특히 일반 여염집 여자들이 아니라 여신들을 조각해서 그런 건지 대부분 팔뚝이 꽤 두껍고 근육도 스포츠 선수에 버금가는 중성적인 상이 많다. 속된 말로 '떡대가 좋다'. 여성의 이상적인 미를 볼 때 신체의 건강함을 중요시했던 것 같다. 

그러니 밀로의 비너스양께서 안타깝게도, 아니, 다행스럽게도 그 우람한 팔이 붙은 채로 출토되지 않는 바람에 '몸이 가냘픈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미의 표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두번째 결론은, 밀로의 비너스처럼 아슬아슬하게 육감적으로 옷을 벗은 다른 조각상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웃옷은 완전히 벗은 데에다 가슴 부분 조각에도 아주 공이 들어갔다. 어떤 조각상보다도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비양 본인이 밝혔듯이 곱고 상태도 좋은 돌 피부를 갖고 있다. 다른 조각상들은 카리스마가 있으면 요염미가 없고, 요염미가 있으면 카리스마가 없는 소품인데 비해 비양은 적절한 카리스마와 요염미, 규모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누차 말하지만 나는 미술을 모르는 아주 평범한 눈과 보통의 무지를 자랑하는 사람이므로)

부록으로 미녀 3총사 분들을 실어본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미녀 3총사 벽화와 비교해 놓았길래 나도 사진을 이어 붙여 본다. 내가 미녀 3총사 분들을 굳이 부록으로 붙이는 이유는  지난 수 세기 동안 각종 전시와 화보에서 항상 뒷모습으로만 외면당해온 가운데 미녀양에 대한 깊은 배려심의(!) 발로에서 비롯됐다. 그 어디에서도 발표되지 않은 그녀의 전면을 공개한다-


연달아 루브르 관람기를 싣다 보니 미술 블로거가 된 기분이다. 몇 회를 더 쓰다간  제 멋대로 미확인 사실을 유포하는 엽기 관람객 블랙 리스트에 오를 지도 모를 일. 그러기 전에 이만 루브르 관람기를 줄인다. 두 장의 사진을 덧붙인다. 한장은 왕궁으로 쓰였던 건물이라 그런지 구석 구석 숨어있는 모습도 멋있는 루브르의 조용한 뒷 계단 모습, 그리고 파리에 왔다면 꼭 한 번 들르기를 강력히 추천하는 오르세 미술관의 외관. 기차역 출신 오르세 미술관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여행기에서 쓰기로 하고 이로서 박물관 이야기를 줄인다. 라땡 거리로 군것질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by hertravel | 2006/05/26 17:36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4) | 핑백(3)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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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가이우스 at 2006/06/15 01:50
멋지네요 가시는 김에 다빈치코드의 비밀을 파헤쳐 보심이...
Commented by 에타 at 2006/06/15 13:22
ㅎㅎㅎ정말 재미있습니다ㅋ
Commented by 만월님 at 2006/06/15 13:44
비너스가 아름다운건 팔이 없기때문이라는 얘기를 언듯 들은듯도..=ㅁ=
Commented by 바람돌이 at 2006/06/15 15:47
잘 읽었습니다. 루브르박물관 정말 돌아다니기 힘들지요. 제가 비너스상앞에 섰을때에는 너무 많은 그림과 작품들을 봐서 이성이 끊어지려 하고 있었습니다. -_-;;
비너스가 좀 우람하긴 하지요. 처음 봤을때 어깨가 좀 넓은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다리까지 드러난다면 어떤 모습이실지 궁금하네요.

링크양 모셔갑니다. ^^
Commented by 이등 at 2006/06/15 16:40
비너스상이 아름다운 것은 팔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보는 이의 상상력을... 어쩌구 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진정한 이유는 그거였군요.
Commented by 니타 at 2006/06/15 18:03
한번 어느 프로에서 비너스 팔을 여러가지 각도로 열심히 이리 붙여보고 저리 붙여보고 온갖 작업(?)을 해보더니만 없는게 더 아름답다는 결론을;;;
Commented by TOMA at 2006/06/15 19:07
호호호.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루브를는 꼭 한번 가보고싶은곳이라.. 부럽네요.
즐거운 여행(이신가요?) 되시길(혹은 되셨길이라든가?)
Commented by 天照帝 at 2006/06/15 20:10
안녕하세요. 밸리 보고 왔습니다.
재미있는 글 감사하며, 비 양의 팔에 대한 좀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트랙백으로 실례합니다. ^^;
Commented by 아르메니아 at 2006/06/15 21:50
전 비너스상이 호사가들을 사로잡은 이유가 저 미끄러질듯한 아슬아슬한 주름때문이라고 들었어요''

아아, 내년 여름에는 꼭 가보고 싶어요 ㅠㅠ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6/06/16 00:44
아녜요. 실은 우리가 속고 있는 거에요. 비너스가 맞아요. 다들 너무 마른 거에요...;ㅁ;
Commented by 티스티 at 2006/06/16 05:35
처참한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루브르박물관.....작년에 파리갔을때 문닫혀서 못간..... OTZ
링크양 납치해가요~! :)
Commented by 시내 at 2006/06/16 10:47
안녕하세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도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아직 유럽쪽은 가보지도 못했는데 부러워요 ㅠㅠ 링크 겁니다~~~
Commented by 첼로♡ at 2006/06/18 12:29
안녕하세요? 공감보고 왔습니다- 아아 저도 작년에 루브르 갔다 왔는데!!+_+ 또또 가고 싶어요ㅠ 글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mummy at 2006/06/18 13:40
저도 공감보고 왔습니다...음...저 시대에 살았어야 하는걸까요?
Commented by 첼로♡ at 2006/06/18 14:37
아마따, 링크 신고 합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6/20 05:59
어어어 제가 하필 이 며칠 너무나 바빠서 정신 없었는데 그 사이 이오공감이 된 거예요. 들어왔다가 덧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하느라 어제 밤을 새고 지금 아침이 됐네요. 한 잠 자고 덧덧글 달러 와야겠습니다. 여행기도 그새 밀렸네요.아무튼 비양이 제 이글루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었군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6/22 11:42
가이우스님> 그리고 비너스코드를 하나 더...
에타님> 어휴 감사합니다
만월님> 누군지 그 분도 아마 길 막고 선 비양을 만났던 것 아닐까요 확실히
바람돌이님> 다리까지...! 후후 말이 난 김에 한 번만 벗어달라, 비양~
이등님> 정말 많은 분들이 팔이 없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군요 몰랐어요
니타님> 재미있는 프로를 보셨네요 한 번 봤으면 좋았을텐데
TOMA님> 네 저는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 갔던 여행기인데 당시 날짜 맞춰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루브르 꼭 한 번 가게 되시길...
아마테라스님> 확실히 비양의 왼 팔은 뭔가를 들어올리려는 건 거 같아요
아르메니아님> 정말 저 주름의 위치가 절묘하단거죠 그쵸...! 그나저나 아르메니아님, 남미 콜롬비아에도 시골에 아르메니아 라는 지방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곳이죠. 이름을 보고 잠시 그 추억에 잠겼습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6/22 11:44
자그니님> 그럼에도 비양이 떡발은 있어도 군살은 없다는데 안심이 안 됩니다~
티스티님> 그러게요. 저도 같은 전시관 결국 한 번도 못 보는 루브르의 저주가...
첼로님> 저도 작년인데 혹시 마주쳤을까요? 들러 주셔서 & 링크 감사합니다
mummy님> 후후후 그러나 역시 비양이 떡발은 좋아도 군살은 없음에 마음 놓을 수가 없다는 슬픈 사실을...

며칠동안 밤도 새고 아무튼 정신 없다가 이렇게 덧덧글을 올리자니 호사스럽고 즐겁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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