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16일
파리의 만남의 광장, 레알을 가다 / 파리_16

살집 멋진 검은 여인과 그 상대의 살사.
그리고 왁자지껄한 소리로 몰려든 사람들과
최고로 볼륨을 올린 음악 (아니 실제 연주였던가)...
그 모습에 주머니에서 디카를 꺼내드는데
'형님 이제 오십니까' 분위기의 흑인 아저씨가
눈을 부라리려고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2005년 스산한 늦가을, 이 집 앞을 또 지나면서
또 무슨 이벤트가 있으려나 마음의 준비한 뒤
쓱 걸어가면서
손에 든 디카로 순간 똑딱 누르고
몇 걸음 걸어간 뒤 확인해 보니
여름의 땀내 멋지던 음악소리 사라지고
늦가을 스산함 속에 불법체류 친구 모임인듯
불안한 눈동자의 손님 몇 명만이...

퐁피두 센터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레알과 마레의 거리들은 나에게 파리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레알의 경우, 나름대로 힙합 패션을 지향하는 파리 청소년들의 만남의 광장인 것 같았다. 주택가가 아닌 도심에도 불구하고 흑인 주택가처럼 파리 구도심 어디보다도 흑인들도 많았다.
레알은 파리 전통적인 까페나 음식점과는 다른 다양한 종류의 가벼운 술집, 명품 브랜드가 아닌 독특한 옷집, 한 번 쯤 들어가 가벼운 마음으로 신어보고 나오고픈 구두 가게, 저렴한 밥집, 환전소가 생동감있게 가득 차 있다. 옷 집에 걸린 옷을 구경하다 보면 '파리에서가 아니면 어디서 살까' 싶은 것들이 눈에 들어 온다. 서울에서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대로 인터넷으로 하루라도 빨리 보내주고 싶은 그런 옷들이다. 사진으로 찍어온 저 옷도 기존의 스카프들을 잘라서 퀼트처럼 이어 붙인 스커트같다. 자세히 보면 퀼트로 이어 붙인 원단 몇몇은 같은 스카프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퐁피두 센터를 중앙에 두고 동쪽의 마레가 깔끔하게 잘 차려진 우아한 골목이라면 서쪽의 이'레알' 지구는 우리로 치면 서울 강북의 북적북적한 그런 골목같다. 서울까지 갈 필요도 없이 어찌 보면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뒷 골목 같기도 하다.

비가 와서 스산한 하루였다.
이런 날, 약간은 어깨에서 팔까지 소름이 돋을 듯 말 듯한 날.
신호등 불빛 때문에 사진을 찍었다.
여행 사진 파일들을 불러내 보다 보면
신호등 불빛의 따뜻한 색감에 홀려 찍은 사진들이 몇 있다.


비 때문에 척척 들러 붙는 듯 불편해서 맘껏 못 돌아다닌 것이 지금 마음에 너무나 안타깝다.
파리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계층 없는 '현실적인 젊은 감각'이 넘치는 레알이라서 그런지, 아파트의 굴뚝에도 고양이들이 팔짝 뛰며 나를 반긴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건축물 지붕에서 밉상으로 치솟았을 굴뚝을 유머러스하게 만들어 준다.

유럽을 찾아 올 때 미처 아라비아 왕자를 만나지 못하고 떠나왔다. 그런데 나중에 여기 레알 얘기를 하니 아라비아 왕자가 깊은 탄식을 하며 "레알을 갔으면 밤 11시 넘어서 바나나에 갔어야 하는 거 아니야? 레알까지 가서 바나나를 안 가다니. 안심하고도 불타오르게 놀 수 있는 게이바인데 말이야 이런 이런...'하며 아주 아주 뒤늦은 정보를 주는 것이었다. 아라비아 왕자는 유럽의 문학을 심도 있으시게 추구하는 다큐멘터리를 옛날에 아주 스케일 광대하시게 하느라고 동구 유럽과 이 곳 프랑스를 샅샅이 돌아보시기도 하고, 그냥 여행만으로도 몇 달 머무신 적이 있다. 파리 시내를 차를 운전하면서 한동안 다니던 사람이라 분명 그 정보는 믿을만은 하나, 그 유명하다는 바나나 게이바가 지금까지 남아있는지는 불명! 내가 확인을 하고 왔다면 대대손손 좋은 정보가 되었을텐데...단 하나, 내가 게이 오빠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얼마나 재미가 있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by | 2006/05/16 17:27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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