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증후군 / 파리_15


철골이 드러나고 파이프가 연결된 퐁피두의 외관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멋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 건물, 시각적으로 산뜻한 충격을 준 그 뒤엔 보면 볼수록 심신이 급속하게 피곤해지는 어떤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이쯤에서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R.피아노씨와 R.로저스씨께 심미안 부족한 제 눈을 사과).

퐁피두센터는 이로써 세 번째 오는 건데 어떻게 된 일인지 올 때마다 피곤을 느끼거나 피곤에 달한 상태에서 찾게 된다. 현대 미술 작품이 있는 퐁피두센터에서도 4층 작품들이 좋다던데 갑자기 내린 비에 마음이 스산해져서 또 그냥 바깥에서 외관만 보고 말았다.

올 때마다 '이번엔 꼭 4층 구경을 해야지!" 해 놓고는 막상 와서는 "에이... 뭘 보냐~!" 하고 skip을 해 버리니...올 때마다 , 이번엔 봐야지, 하고, 또, 뭘 보냐, 이렇게 반복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럴까?

정말 다음 번에는 (다음 번이라니, 다음 번이라니! 정말 경제 사정 스스로 너무 유기 방치하신다. 파리가 무슨 춘천인 줄 아나) 센터 건물 안에도 들어가 봐야지. 괜찮다는 퐁피두 레스토랑 생긴 것도 보고 퐁피두 위에서 아래의 레알을 한 번 바라봐야지. 그 때는 비가 안 왔으면 좋겠고 힘이 넘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래 정말 사람들의 눈이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알고보면 세상 사람들이 다 좋다고 생각한 명화인 경우가 많다. 내눈에 멋진 남자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멋진 남자를 알아본 또 다른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광장을 바라보고 선 아파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느꼈더니 선물가게 엽서에 떡하니 내가 찍고 싶었던 사진이 진열돼 있다. 고맙게도 나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신 어느 사진 작가님께 감사를 드리며 한 장 달랑 샀다. 이런 곳의 사진 엽서가 다른 곳보다 비싼 것은 '이 곳에서 샀다'는 추억값이라고 생각한다.

퐁피두 건물 앞에서 왠지 모를 피곤을 느끼는 급성 퐁피두 증후군의 발병으로 생각보다 조촐하게 압축된 퐁피두 어슬렁거리기의 짧은 기록. 그러나 퐁피두 주변의 어슬렁은 이제부터다! 퐁피두를 중심으로 서쪽의 레알 지구의 북적이는 거리 분위기와! 묵고 싶은 작은 호텔과 얌전하고 예쁜 퐁피두 동쪽의 마레지구! 잠시 움츠렸던 내 어깨 등 뒤에서 레알과 마레라는 이름의 양 날개가 확 돋아나는 느낌. 파리가 무슨 유적지와 박제된 관광지의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의 냄새가 나는 현실속의 도시임을 느끼게 해 주는 두 곳이 이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   


by hertravel | 2006/05/15 17:27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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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카리 at 2006/05/25 17:36
아름답네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5/25 18:00
다음 번엔 비에 젖은 레알 돌아다니는 얘긴데...
레알도, 마레도, 이름 없는 골목길도 모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정말 파리는.
Commented by 에린 at 2007/08/05 00:50
하하. 프랑스 여행기를 전부 읽고 있는데. 자꾸 가보고 싶어요ㅠ
나중에 가게되면, 여행조언 부탁드려요~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08 22:26
여행에 환상적이 곳이죠. 꼭 가시게 되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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