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09일
관광객들의 환상, 몽마르트 언덕 / 파리_9

위 사진은 센 강 남쪽에서 몽마르뜨 언덕을 멀리 바라다 봤을 때의 모습. 몽마르뜨 언덕 위로 하얀 성당, 사크레 쾨르가 보인다. 몽마르뜨는 워낙 웬만한 여행책이나 TV 프로그램에서도 너무나 많이 본, 가난한 화가들이 모여 사람들의 초상화나 풍경화를 그려서 팔고 있는 낭만적인 작은 언덕. 그렇게들 알고 있는 바로 그 곳이다.


그리고 몽마르트는 화가들과...그리고 주변을 가득채운 갖가지 까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손에 잡히지도 않는 흐릿한 존재인 <저작권>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와 서로 얼굴을 트고 지내기 전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동네 문방구에 가면 국적 불명, 출처 불명의 그림을 프린트한 카드와 액자같은 것들이 각각 얼마라고 적힌 견출지를 이마에 하나씩 달고 진열대에 서 있곤 했었는데... 그 카드 속의 주인공이었던 그림들이 바로 이 먼 곳 프랑스 파리 하고도 몽마르트르 언덕에 잔뜩 걸려있다. 아마도 국적불명의 이 소녀는 프랑스 소녀였던가 보다.


초상화 화가들의 작은 광장을 지나 골목에 피아노 소리를 울려 퍼뜨리는 피아노 바를 지나고 이런 저런 기념품 가게와 크레뻬를 파는 집, 카페를 지나 아랫길로 내려가면 파리 시내에서 환락가로 유명한 피갈, 클리시 같은 곳이 나온다. '파리의 환락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 단어에서마저도 낭만감을 느끼고 싶어할 지 모르겠으나 내가 느끼기에 언덕에서 내려간 그 땅은 시끄럽고 사람 많은 서울의 동대문 일대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이번에 나는 그냥 조용히 오던 길로 얌전히 다시 돌아가 지하철을 탔다.
실은 이 몇 년 전 이 길을 내려갈 때엔 고흐가 잠시 몽마르트르에 살던 집을 찾아 내려갔었다. 그 때의 사진이다.


(그림 속의 둥근 지붕 - 돔 - 이 팡떼옹 건물같다)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고흐 미술관에 갔을 때 걸려있던 그림이다. 그렇게 암스텔담에서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고흐가 파리를 내려다보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하게 했었는데. 지금 그 모습이 내 눈 앞에 있다.

사실 난 마음 속으로 '몽마르트는 파리에 3일 머무르는 사람들이 급하게 돌아보는 어떤 파리 관광의 허상을 대표하는 곳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내 느낌과는 아무 상관없이 세계의 여행자들은 그래도 역시 누구나 파리에 오면 이 곳을 들른다. 따지고보면 나도 이 곳을 평가 절하할 자격이 없다. 그 유명한 라팽 아질 한 번 들어가지 않았고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업실들, 쇠라가 살던, 르느와르가 살던 집 구석구석도 찾아다니지 못했으니 말이다. 다음 번에 간다면 거꾸로 언덕을 오르는 허벅지의 압박을 재가동해야 할 일이다.
# by | 2006/05/09 17:22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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