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카가 갑자기 바이러스를 맛나게 잡수시고 운명하시는 바람에 프랑스에 여행을 온 사람이 -> 굳이 갈 일이 -> 세상에 있을 리 없는 -> 플라스 디탈리를 가게 됐다.
한 마디로 평범한 파리 시민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 셈.
플라스 디탈리에는 쌍트르 코메르씨알이라는 빌딩이 있다. 쌍트르 코메르씨알이라면 이름대로 상업센터,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이름을 가진 곳이 있었는데 역시 이렇게 큰 쇼핑센터였다. 플라스디탈리 쌍트르 코메르씨알에 디카를 파는 프낙-책,음반,카메라같은 것을 판다-가 있어서 일부러 들른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고른 새 디카를 프낙의 줄리 언니에게 충전 부탁하고 맡겨두고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웬만한 전철역 부근에 있는 작은 시장이 이 곳에도 서 있었다. 파리의 웬만한 실생활 있는 주거지 부근엔 샹피옹같은 수퍼와 이런 작은 장이 꼭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힘든 1980년대 스타일의 '제 멋이예요' 재킷과 원색의 옷을 입은 아주머니, 그리고 머리를 이런 저런 스카프로 동여맨 회교도 여인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프랑스 파리는 흑인 사회에 대한 배타심은 거의 없는 데 반해 이런 회교도 아랍쪽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감이 센 편이다. 파리의 한국 사람들은 '우리 동네는 흑인 동네라서 안전해요'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원색적인 인종적 발언이긴 하다.
이런 작은 시장은 보통 이런 저런 농산물과, 꽃, 그리고 어디 동유럽이나 북부 아프리카나 중국에서 만든 것이 건너왔을 성 싶은 칙칙한 옷을 팔고 있다. 그런데 내가 여러번 이런 시장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런 시장의 고객의 대부분은 약속이나 한 듯이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나 할머니이고 간간히 이런 저런 인종의 사람들 섞여 있긴 하지만 아무튼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푸줏간 종류 빼고는 백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푸줏간은 또 다 백인이다. 아랍 사람들이 자기네 의식이 아닌 방법으로 살생한 동물을 만지지 않으려해서 그런 것 아닐까.
이 분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셨다. 가끔은 오히려 오버해서 더 많이 환하게 웃는 좋은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 예로 위의 아저씨 사진 일단 올리고, 내 인상에 정작 남았던 아랫 사진 아저씨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앞니 사이는 벌어지고 험상궂어 보이는 인상인데도 열심히 "떨이요 떨이~"식의 멘트를 날리며 끊임없이 주절거리던 거친 느낌의 얼굴 아저씨. 아저씨의 거친 인상과 살짝 벌어진 앞니가 묘한 느낌을 준다.
역시 음식 재료야말로 이 시장의 주인공. 홍합 요리집에서 먹을 때에도 느꼈지만 프랑스의 홍합은 참으로 자잘하다. 야채가게엔 또한 파프리카가 빠지지 않는다. 여행 팁이라고 한다면, 푸른 피망 싱싱한 것 하나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아삭...하고 베어 물면 신선한 즙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예전에 왔을 때에도 맨 밥이나 맨 빵에 푸른 피망을 그냥 같이 곁들여 먹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에 와서 그렇게 먹어보려고 하면 딱 첫 날 하루만 맛있고 금방 시들해진다.
대파라고 하기엔 잎이 너무 넓은 저것은 알고보니 대파가 아니라 리크라는 것으로 양파향이 난다고 한다. 이름 모를 녀석들은 또 어디에 먹는 무슨 채소인지.낯선 땅에서 자란 당근은 당근색이라기보다는 오렌지 색으로 야한 색감을 자랑하며 뾰족하게 길어져 있고 알타리 무(?)는 보라색으로 색을 입었다.
언젠가 어떤 글에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불과 좁은 해협을 하나 건넌 일본의 채소조차 그 흙과 날씨때문에 우리 맛과 너무도 달라서 우리나라의 고추 종자를 가져다가 심어도 모양만 커지고 매운 감칠 맛이 없어진다는 내용이었다. 한낱 푸성귀도 그렇게 땅을 가리는데 사람의 얼굴과 몸과 색과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 그래서 남의 나라 땅 돌아다니면서 남의 나라 사람들 사는 모습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의 놀이가 되는 걸꺼야...
위 녀석은 펜넬이라는 이름의 채소로 이탈리아 요리에 쓴다고 한다.
여기 시장의 상인들은 장사를 흥으로 하는 듯 싶다. 게다가 관광객이 흔한 도심의 장터가 아니고 보통의 파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의 장터 상인들이라 나와같은 관광객은 되려 상인여러분들께도 색다른 재미가 된 모양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야채 파는 아저씨가 '나, 일본 텔레비전 나온다~!'하면서 휘파람을 불어대는가 한편, 사러온 사람들에게 자기를 찍는 저 카메라를 보라며 자랑을 한다 후후. 삽시간에 일본 텔레비전 리포터가 된 나, '파리 시장의 올리브 판매 현장을 탐사 보도'에 나선다.
"프랑스의 남부 해안은 역시 지중해에 면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지중해에 발을 걸친 프랑스답게 절인 올리브는 프랑스의 수퍼 반찬 코너나 이런 시장의 반찬 가게라면 항상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종류는 무척 다양하고요, 맛은 올리브 특유의 향과 새콤 짭짤한 맛으로 리포터가 특별히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리포터에게 올리브를 양껏 제공하고 싶으신 분은 주저마시고 그저 빨리 사 주시면 되시겠습니다.이상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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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올리브, 정말 맛있겠네요. 먹고 싶어요 ㅠ.ㅠ
종류가 저렀게 많을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