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7일
브라질에선 이것을 세우면 최고, 둥글리면 최악.
브라질로 해외 촬영을 다녀온 지인 G에게
툭하면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씨익 웃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기분 좋을 때, 무엇인가 잘 해냈을 때, 상대방 솜씨가 마음에 들 때
G는 오케이 사인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여주곤 한다.
은유의 맛이라고는 공복때 주워 먹어 볼래도 빵가루 한 조각 떨어지지 않는
너무나 정직하고 원초적인 표현이다.
너 최고!, 혹은
나 지금 기분 최고!, 혹은
방금 한 그 말 최고! ......
이 여러가지 말 대신 이미 내 눈 앞엔 우뚝 세운 그의 엄지손가락이
한 명의 병사도 잃지 않고 돌아온 개선장군의 척추처럼 꼿꼿하게 서 있다.
말하자면 G의 브라질 출장 후유증이다.
(-> 에어프랑스 기내에서 만난 K-1 챔피언 세미 슐트는 사진을 찍는 나에게 엄지 손가락을 세워 환영 겸 자신감을 스스로 자랑해 주었다. 브라질리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에 알 수 있는 사인이다.) 
브라질 출장 때 거기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고나면
꼭 자기 엄지 손가락을 내밀면서
G의 눈을 보고 물음표 표정을 던졌단다.
한 두 명이 아니라 정말 모두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나 잘 했나요?’ 혹은
’내 인터뷰, 오케이컷인가요?’라고 물었던 것이다.
그러면 G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단다.
‘잘 했어요.’ ‘ 좋았어요.’
가히 콜롯세움의 로마황제의 그것 부럽지 않게 바쁜 G의 엄지손가락이었다.
그렇게 브라질에서 G는 많은 대화를 엄지손가락으로 대신 했다고 한다.
--맛있어요?/맛있어요.
–브라질 좋아요?/최고예요.
–저기 갈까요?/저기 좋아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 네, 좋아요…….
정작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오케이 사인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펴서
영어로 OK 이니셜을 만드는 손동작.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나타내기도 한다.)
브라질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손동작이다.
브라질에서 그 동그라미 모양은 남녀의 성기나 항문을 가리키는 최악의 욕이다.
브라질에서 엄지손가락은 서 있을 땐 최고, 둥글렸을 땐 최악의 존재인 것이다.
바라건대 미래의 브라질 여행자라면 누구라도 그곳에서 엄지손가락 둥굴릴 일이 없기를!
엄지손가락을 꼿꼿하게 세우고 ‘무이뜨 봉!’이라고 외칠 일만 많기를.

(-> 포르투갈의 제2의 도시 포르투의 싼타 카타리나 거리에 있는 예배당, Capela das Almas. 아마도 포르투 사람들이 방금 나의 '제 2의 도시' 운운 설명을 듣는다면 포르투야말로 포르투갈 제 1의 도시라며 불끈 화 낼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그 말도 틀리지 않는다.)
여기서 '무이뜨 봉!' 이란? 그리고 난데없이 포르투갈 사진이 나타난 이유는?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다.
오래 전 주스 CF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는 브라질 최고의 찬사가 ‘따봉!’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현지에서 '따봉'은 '그럭저럭 괜찮다', '딱 맞네.' 정도의 느낌이 강해
(원래 찬사의 표현에는 프리미엄을 많이 붙여야!)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브라질이나 포르투갈에서 '정말 최고!'를 외치고 싶을 땐 ‘무이뜨 봉!’이라고 소리치면 된다.
아래 사진은 포르투갈 포르투의 어느 카페테리아 (나는 포르투갈의 이런 음식점을 분식집이라고 부른다).

# by | 2009/11/27 02:01 | 여행유전자 세계여행 잡설 | 트랙백 | 덧글(13)


